1. 선발투수 선동열의 직구 평균 구속
현재 알려진 자료들 중 선동열의 선발 시절 직구 평균 구속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는 바로 91년 한국시리즈 1차전 기사이다. 이 기사에는 1차전에 선발 등판하여 완투승을 기록한 선동열의 구속이 자세히 나와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경기 내내 143~145km를 유지했으며 최고 구속은 150km, 최저 구속은 136km"
평균 직구 구속이 약 144km 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구속을 선동열의 일반적인 선발 직구 평속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그 무대가 한국시리즈 1차전이기 때문이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등판해서 기록한 구속을 시즌 평균 구속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떤 선동열 팬은 이 경기에서 선동열이 9이닝 동안 150개의 공을 던졌다는 것을 근거로, 시즌 평균 구속은 144km 보다 오히려 3~4km 빠른 147~148km 였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이 터무니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인 클리프 리의 직구 평균 구속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2010 시즌 디비전시리즈 1차전 패스트볼 구속은,
포심 패스트볼 : 89.64마일 / 7구
투심 패스트볼 : 92.59마일 / 75구
평균 92.33마일 (148.6km) 로 시즌보다 구속이 더 빨랐다.
이어진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는 9이닝 동안 120개의 공을 던지며 92.22마일 (148.4km) 를 기록한다. 이 역시 시즌 평균 직구 구속인 147km 보다 더 빠르다.
만약 누군가가,
"9이닝 동안 120개의 공을 던지며 148km가 넘는 평균구속을 기록한 클리프 리의 시즌 평균 구속은 150km 이상!"
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정말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91년 해태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는 사실이다. 정규시즌 종료 후 곧바로 진행되는 디비전시리즈와는 달리, 선동열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기간 (약 2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록한 평균 구속이 약 144km 였으니, 정규시즌에서의 직구 평속이 140km 초반이었음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039&path=|190|&leafId=396
이렇듯 선동열의 선발 중심 구속이 140km 초반이었다는 것은 야구인들이 증언하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91년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직후 인터뷰를 보면 선동열 스스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데, 이 경기에서 선동열 한국시리즈 커리어의 처음이자 마지막 완투승을 거두었음을 감안할 때 전혀 신빙성이 없다.
그래도 정 믿지 못하겠다면 선동열이 마무리로 등판한 경기 하나를 감상해보자.
144km (직구)
144km (직구)
142km (직구)
145km (직구)
143km (직구)
143km (직구)
146km (직구)
145km (직구)
144km (직구)
146km (직구)
147km (직구)
145km (직구)
147km (직구)
평속 : 144.7km
선동열의 98년 6월 7일 등판경기이다. 총 13구를 던졌는데 모두 직구이고, 평균 구속은 144.7km 이다. 자료에 나와있는 98년 직구 평속 143.8km 와 큰 차이가 없다. 이것으로 자료의 신뢰도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선동열의 일본 NPB 시절 구속이 KBO 시절에 비해 떨어졌다는 주장도 있는데, 선동열이 93, 95 시즌에 마무리로 던진 구속은 NPB 96, 97 시즌의 구속과 거의 비슷했음을 알려둔다.
3. 21세기 선발투수들과의 구속 비교
우리는 여러가지 근거를 통해 선동열의 선발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 초반, 마무리 평균 구속이 140km 중반이었음을 확인했다. 이 구속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야구팬들을 위해 21세기 KBO의 선발투수들과 직구 평속을 비교해보도록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의 09년 시즌 도중 집계 된 구속 자료이다. 세 투수 모두 직구 평속이 142km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선동열의 선발 직구 평속과 비슷하거나 약 1km 빠른 수준이다. 그러나 세 투수가 좌완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3~4km 정도의 차이다. 참고로 우완 투수인 윤석민의 직구 평속은 약 144km다. 선동열이 시대를 앞선 구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21세기 KBO의 에이스들보다는 구속이 느리다.
4. 메이저리그가 구속을 뻥튀기한다?
실제로 많은 한국 야구팬들이 믿고 있는 이론 중 하나가 메이저리그 구속 뻥튀기 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측정되는 구속은 대부분 실제 구속보다 3~4km 빠르게 측정되고, 그러므로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한국 투수들의 구속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깜짝 놀랄만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선동열과 박찬호의 구속차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자주 이용되기도 하는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우선 아래 기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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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 왜 더 빠를까? 실밥이 착착 감겨!
용병들 스피드 2~3㎞ 향상 "손끝 걸림 좋다" 이구동성… 마운드 높이·스피드건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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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뭘까.
한국에 오면 외국인 투수들은 대체로 스카우팅 리포트에 적힌 최고구속보다 2, 3㎞는 더 빠른 공을 던진다. 그레이싱어(요미우리)는 2005년 7월14일 국내무대 데뷔전에서 최고 152㎞를 던진 뒤 스스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그레이싱어는 최고 145㎞를 던지는 기교파”라고 돼 있었다.
KIA 새 용병 디아즈(28)가 19일 광주 LG전 3회초 8번 김정민의 타석 때 3구째 152㎞ 짜리 직구를 던졌다. KIA 스카우팅 리포트에 디아즈의 최고구속은 147㎞로 기록돼 있다. 디아즈는 일본에서 뛰었던 2006년에는 최고 150㎞를 기록했다.
▲ 실밥 덕분
디아즈는 경기 후 “공이 작고 실밥이 도드라져 던질 때 손끝에 걸리는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한국의 공인구(맥스, 스카이라인, 빅라인 제품)는 둘레 22.9~23.5㎝에 무게는 141.77~148.8g이다.
미국의 공인구(롤링스사 제품)는 둘레 22.86~23.5㎝에 무게는 141.75~148.83g, 일본의 공인구(미즈노 150)는 둘레 23.2㎝에 무게는 145g이다. 과거에는 한국의 공인구가 미국 일본의 공인구에 비해 작고 가벼웠지만 지난해부터는 거의 같다. “작은 것 같다”는 디아즈의 말은 그저 느낌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인구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실밥의 폭이 약간 좁고 도드라진 것은 사실이다. 공의 표면은 한국이나 일본의 공인구는 비슷하고, 미국 것이 덜 미끄러운 편이다. 그레이싱어는 한국 공인구에 대해 “포심 패스트볼은 물론이고 슬라이더나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던질 때도 긁히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 마운드와 스피드건 이점은 NO
그레이싱어가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한국의 마운드 높이는 13인치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3인치나 높았지만 지금은 10인치로 같다. 또 스피드건도 한국 구단 대부분이 미국산인 ‘스토커’ 또는 ‘저그스’를 사용한다. KIA 조찬관 스카우트 차장은 “과거에는 공과 마운드 어드밴티지 덕분에 용병들이 한국에 오면 기본적으로 4, 5㎞ 이상 스피드가 더 나왔지만 요즘은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용병들이 미국에서는 컨트롤 위주의 피칭을 하다가 한국에 오면 파워 피칭으로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도드라진 실밥과 더불어 스피드가 더 나오는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출처 : http://news.hankooki.com/lpage/sports/200806/h20080620211339918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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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미국에서 온 용병들이 한국 리그에서 구속이 더 잘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한국리그에 와서 구속이 증가한 케이스는 비단 용병 투수들만이 아니다. 이상훈이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에서 뛸 당시에 측정된 최고 구속이 93마일이었다. 이에 한국 야구팬들은 150km를 웃돌던 LG 시절에 비해 구속이 많이 떨어져서 국내에서도 활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이상훈은 국내 복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잠실 전광판에 150km를 기록하더니, 해당 시즌에 최고 153km의 공을 던졌다.
메이저리그 구속 뻥튀기설이 본격적으로 기세를 떨치기 시작한 것은 09년 WBC 이후였다. 국내 투수들이 대회 내내 한국에서보다 훨씬 빠른 구속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야구팬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WBC에 출전한 국가대표 투수들이 국내에 돌아오자마자 WBC에서 기록한 최고 구속을 그대로 찍었다.
WBC 때 최고구속 152km를 기록한 윤석민은 두산과의 잠실 개막전에서 152km
WBC 때 최고구속 151km를 기록한 류현진은 SK와의 문학 개막전에서 151km
WBC 때 최고구속 152km를 기록한 정현욱은 LG와의 대구 개막전에서 152km, 다음날에는 153km
WBC에서 여러 차례 등판 해 올린 최고 구속을 어떻게 국내에 복귀하자마자 단 한 경기만에 달성할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피로와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단 WBC에서 최고구속 150km를 기록한 봉중근은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147km, 그 다음 경기에서는 148km를 기록하여 미국에서만큼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메이저리그가 구속을 뻥튀기한다는 이론은 잘못되었으며, 이러한 잘못된 이론을 악용하여 선동열과 박찬호의 구속차를 무마해보려는 시도는 더 이상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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